2010년 6월 25일 금요일

상속계획과 남녀의 심리

어떤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, 당사자들이 모든 구체적인 내용까지 합의가 다 되었다고 하더라도,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당사자들에게 한가지 씩 물어보다 보면 서로간에 합의되었다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보게된다. 바로 이 점때문에도 계약서를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. 문서화 하지 않았을 때 이렇게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던 합의사항이 항상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.

상속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. 부부간에 유산상속문제에 관해서 생각이 같으신가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부부는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. 하지만 한 가지씩 물어보다 보면 부부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.

우선 아들과 딸을 두고 누구에게 더 많은 유산을 줄 것인가를 물어보게 되면, 보통 아버지는 모두 동일하게 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고, 어머니는 아들에게 더 많이 주어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. 아들을 선호하고 남녀를 차별하는 것은 뜻밖에 어머니쪽에서 더 많다는 것을 말한다.

본인의 사망시 상대 배우자의 재혼문제에 관해서는 보통 남자는 이 문제에 별로 개의치 않는 경향이 있고, 여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먼저 죽는다면 남편은 절대로 재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. 남편의 경우에는 자신이 죽은 후 모든 재산이 아내에게 넘어가고 그 아내가 재혼을 해서 살더라도 자신의 자녀들을 잘 돌 본다고 여기지만, 여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먼저 죽고 남편이 자녀와 함께 있다가 재혼을 하면 그 여자의 꼬임에 빠져 자녀를 돌보지 않으리라는 불신이 강한 것 같다. 물론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아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.

남편과 아내가 모두 재혼한 경우에는 아무리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일지라도 자기가 데려운 자녀들에 대해서는 상대 배우자를 믿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. 이 경우에는 남녀모두 자신이 죽고나면 상대배우자가 자기의 자녀만 돌보고 자기의 자녀는 돌보지 않으리라는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. 또한 일반적으로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보통 더 재산에 집착한다는 점은 약간 뜻 밖이었다. 아마도 자손을 돌보는 의무감은 어머니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.

이 모든 경우에 상속계획에서는 본인들이 걱정하는 바에 대해서 적절한 장치를 마련해 놓을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유산이 정리되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의뢰인들에게 이 모든 점들을 하나 하나 물어보게되는 것이다. 이렇게 물어보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진의와 상대 배우자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발견하고는 서로가 섭섭해 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. 따라서 바로 이 점이 계약서를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하듯이, 상속계획도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점들도 확실히 하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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